<인어사냥>으로 황순원문학상
신진상 수상한 차인표 작가

2025. 10

3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하며 대중들에게 사랑 받아온 차인표가
이제는 ‘작가 차인표’로 불리는 날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20여 년 넘는 소설 작업 끝에 2022년에 출간된 <인어사냥>을 통해 황순원문학상
신진상을 수상하며 문학계에서 인정받은 차인표 작가. 대본을 읽던 배우가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앞으로의 문학적 꿈에 대해 들어봤다.

글. 강나은
사진. 이대원

대본에서 소설로, 20년 넘게 이어진 꾸준한 걸음

16년 전 첫 소설을 발표한 이후, 차인표 작가는 묵묵히 소설 쓰기에 매진해 왔다. 대중 연예인으로서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원고지 앞에 앉았던 그는 자신을 스스로 소개할 때면 배우 차인표라고 말한 뒤에 작은 목소리로 소설을 쓴다고 밝혀왔다.
“오랫동안 소설을 공부하시고 준비해 오신 전업 작가분들에 비해 저는 다른 직업을 병행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글 쓰는 시간이 부족한데, 함부로 소설을 쓴다고 말하기에 조금은 죄송하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어요.”
그러나 30년 넘게 대본을 읽어온 배우로서의 경험은 오히려 차인표 작가만의 독특한 소설 창작 방식을 만들어냈다. 영상을 떠올리며 이를 문장으로 바꿔 서술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 차인표 작가만의 창작 방식은 그의 대표작 <인어사냥>에서 빛을 발했다. 판타지 기법을 활용해 삶의 진실과 생명 경외 사상을 뛰어난 서사적 성취와 함께 보여준 이 작품은 높은 예술성과 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지금까지 차인표 작가가 내놓은 4편의 소설 중 특히 최근작인 <인어 사냥>에 예술성과 미학적 가치에 있어 높은 평가를 주며 차인표 작가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게다가 차인표 작가에게도 ‘황순원’이라는 이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어릴 때부터 교과서를 통해 황순원 선생님의 <소나기>를 읽고 배우면서 자란 세대로서, ‘황순원’이라는 이름의 상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큰 영광입니다.”


황순원문학상 신진상을 수상한 차인표 작가

차인표 작가
3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하며 대중에게 사랑 받아온 연기자이자, 20년 넘게 글을 써온 소설가. 2009년에 장편소설 <잘가요 언덕>을 통해 공식적으로 작가 데뷔를 했으며, 이 작품은 이후 2021년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재개정되어 출간되었다. 2011년에는 장편소설 <오늘예보>를 발표했고, 2022년에는 <인어사냥>을 출간했으며, 2025년에는 <인어사냥>의 작품성을 인정받아 황순원문학상 신진상을 수상했다


지난한 창작 과정을 응원해 준 이들

차인표 작가는 황순원문학상 신진상 수상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독자에 대한 고마움부터 밝혔다.
“작가는 원고를 쓰고, 출판사는 책을 만들고, 서점은 그 책을 책장에 꽂아서 세워놓지만, 서 있는 책은 읽을 수가 없습니다. 그 책을 눕혀서 읽는 건 오로지 독자들의 몫입니다. 2006년 제가 첫 소설을 발표한 이후 책장 속에 있던 제 소설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실제로 차인표 작가는 장편소설을 완성하는 지난한 과정에서 독자들의 반응을 보며 힘을 얻고는 했다. 그는 독자들이 SNS나 블로그에 올린 감상평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읽는다. 배우로서 시청자 혹은 관객을 오래 만나왔기에 작가로서 독자를 만나는 방식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꼈다.
“저는 대중 연예인으로 오래 살았는데 연예인은 TV나 영화 등 대중 매체를 통해 관객을 만나기 때문에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날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작가로서 독자들과 책을 통해 만나면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수는 없지만, 짧은 순간, 문장 하나만으로도 작가와 독자가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어요. 그것이 책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상식이 진행된 황순원문학촌소나기마을
독서가 사회의 여론이 되려면 경기도 같이
큰 단위의 행정 구역에서 독서에 대한 캠페인을
통해 대중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독서문화가 적극적으로
가속을 받을 수 있겠죠.

꾸준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차인표 작가

경기도 독서문화 정책에 대한 작가로서의 제언

차인표 작가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다양한 독서문화 활성화 정책에 대해 작가로서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10월 새롭게 개관하는 ‘경기도서관’에 대한 의미를 깊이 있게 평가했다.
“예전에는 책이 지식이나 지혜를 얻고 사고를 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였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SNS 등 각종 자극적인 콘텐츠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주는 도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절제를 배우게 하는 또 다른 일탈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이러한 독서가 개인의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여론이 되려면 경기도 같이 큰 단위의 행정 구역에서 독서에 대한 캠페인을 통해 대중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독서문화가 적극적으로 가속을 받을 수 있겠죠.”
차인표 작가는 앞으로 해외 강연에서 한글, 나아가 한국문학을 알리는 데에도 앞장설 예정이다. 작년 옥스퍼드에서의 강연 이후 전 세계 대학 내 한국문학과, 한국학과 등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문학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10월에는 터키 이스탄불 대학과 슬로베니아에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스탄불 대학에 서는 대학원생들이 한 학기 동안 그의 소설 <인어사냥>을 번역 교재로 삼아 번역 작업을 해왔기에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Tip.

황순원문학상이란?

소설가 황순원(1915~2000)의 문학 정신과 문학적 업적을 기념하고자 중앙일보사가 2001년에 제정한 문학상. 매년 단편소설과 중편소설 중에서 당선작을 선정한다. 제1회 수상작으로 소설가 박완서의 <그리움을 위하여>가 선정되었다.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작가들을 발굴하고, 문학적 가치를 조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황순원문학상 신진상 수상

Tip.

차인표 작가가 전하는 ‘글쓰기 습관 만들기’

  • 매일 일기를 기록하라

    매일 일기를 기록하며 누구를 만났고, 무슨 일을 했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적어두어라. 그러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차릴 수 있다.

  • 루틴을 만들어 꾸준히 글을 써라

    직장인은 출근하고, 학생들은 등교하듯이 도서관에 가야 한다. 그러고는 오늘의 원고 작성 목표량을 채울 때까지 자리를 지키자.

  • 마라톤처럼 끝까지 완주하라

    장편소설을 쓴다는 것은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다. 중간에 멈추면 다시 뛰기 어렵다. 확신이 들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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