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을 기념하는 새로운 한 끼
코리아 메모리얼 푸드 페스타

2025. 08

2025년 광복 80주년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보훈부는 지난 6월 ‘코리아 메모리얼 푸드 페스타(Korea Memorial Food Festa)’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 축제는 ‘음식’을 매개로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는 색다른 방식의 역사 기념행사였다. 국내 유명 셰프들이 참여해 ‘보훈’을 주제로 선보인 특별 메뉴들은, 우리의 역사와 오늘의 식탁을 잇는 의미 있는 연결고리가 되어 주었다.

글. 편집실
사진. 최이현 영상. 윤승현

코리아 메모리얼 푸드 페스타
그날의 마음을 다시 차리다

지난 6월 13일(금)부터 15일(일)까지 사흘간, 경기도 하남시 미사경정공원에서 진행된 ‘코리아 메모리얼 푸드 페스타’는 광복 80주년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다채로운 음식을 통해 ‘일상 속 보훈’을 경험하자는 취지 아래 진행됐다.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 셰프들이 광복과 보훈을 주제로 한 특별 메뉴를 선보였고 이 외에도 6·25전쟁에 참전한 22개국의 대표 음식, 하남시의 특산품인 부추를 활용한 지역 중·소상공인들의 음식 등 140여 종의 음식을 만날 수 있어 음식과 보훈을 창의적으로 연결한 이례적인 테마 축제로 큰 주목을 받았다. 먼저 식전 이벤트로 요리 대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김미령 셰프와 조광효 셰프가 포문을 열었다. 김미령 셰프는 ‘잣을 곁들인 버섯 두부전골’을, 조광효 셰프는 ‘감자 만두와 옥수수 소스’를 선보이며, 나라를 되찾기 위해 헌신한 독립 유공자들에게 바치고 싶은 음식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두 셰프의 요리 대결은 현장에 모인 국민 시식단의 투표로 승자가 결정돼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어 최현석, 정호영, 안유성, 정지선, 이원일 셰프가 차례로 선보인 ‘광복요리’에서는 음식에 담긴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와 셰프들의 시선으로 해석한 광복의 의미를 엿볼 수 있었다.

광복을 기념하는 새로운 방식
셰프들이 선보인 ‘광복요리’

최현석 셰프는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 타국에서도 조선의 맛을 잊지 않았던 선조들의 마음을 담았다”라는 설명과 함께 일제강점기 프랑스에서 외교 활동을 펼친 독립운동가 서영해 선생이 즐겨 먹은 것으로 알려진 해산물 스튜와 밀빵을 재해석한 요리를 선보였다. 정호영 셰프는 ‘라이브 쿠킹쇼’를 통해 독립운동가 오건해 선생이 집에서 직접 기른 콩으로 만든 두부를 활용해 임시정부 요인들에게 대접했다는 납작두부볶음을 즉석에서 선보였다. 궁핍하고 힘들었던 시절에도 독립 투사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담긴 한 끼를 그대로 재현해 맛은 물론 그 속에 담긴 정성과 진심까지 함께 전해지는 듯했다. 정지선 셰프는 찹쌀과 쌀가루를 대나무 잎이나 연잎으로 감싸 쪄낸 ‘쫑즈’와 밀가루 반죽에 참기름과 쪽파를 넣고 구운 ‘총유병’을 선보였고, 안유성 셰프는 ‘평양냉면’과 ‘주먹밥’을, 이원일 셰프는 ‘우거지 장터국밥’과 ‘묵은지 들깨볶음’을 통해 각 시대의 상황과 정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셰프들이 선보인 광복요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각기 다른 재료와 방식 속에 시대적 배경과 독립운동가들의 삶, 당시 광복에 대한 염원이 깃든 이야기가 있는 요리였다. 조금은 낯설고, 또 익숙한 그 한 끼 속에 녹아든 역사적 서사는 방문객들에게 시식의 즐거움을 넘어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공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음식을 맛보며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떠올리고 그들의 정신을 되새기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With. 경기

스타 셰프들이 재해석한 독립운동가의 음식들

  • 최현석 셰프

    해산물 스튜와 밀빵

    프랑스에서 홀로 외교 전투를 펼치던 서영해 선생의 식탁을 재현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 타국에서도 조선의 맛을 잊지 않았던 선조들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 정호영 셰프

    납작두부볶음

    오건해 선생이 임시정부 요인들에게 대접한 따뜻한 한 끼

    “궁핍했던 시절에도 독립투사들을 위한 정성 가득한 요리입니다.”
  • 정지선 셰프

    쫑즈와 총유병

    김구 선생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 대나무잎 주먹밥

    “쫓기며 드셨던 대나무 향 가득한 든든한 한 끼를 재해석했습니다.”
  • 안유성 셰프

    평양냉면과 주먹밥

    6·25전쟁 이후 실향민들이 전해온 그리운 고향의 맛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한 그릇입니다.”
  • 조광효 셰프

    감자만두와 옥수수크림

    구황작물에서 힐링 디저트로의 달콤한 변신

    “어려운 시절을 버텨낸 감자와 옥수수가 이제는 달콤한 힐링을 선사합니다.”
  • 이원일 셰프

    우거지 장터국밥과 묵은지 들깨볶음

    김구 선생 어머니 곽낙원 여사가 임시정부 요인들을 위해 쓰레기장에서 모은 채소로 만든 음식

    “역사의 숨결, 나눔의 정신이 깃든 어머니의 마음으로 빚어낸 한 끼입니다.”


    ‘쫑즈’는 중국 단오절에 먹는 전통 음식으로, 대나무 잎이나 연잎에 찹쌀을 싸서 찐 음식이다. 취향에 따라 찹쌀과 함께 돼지고기, 견과류, 팥 등을 넣기도 하며, 한입 크기로 빚어 대나무와 굵은 실로 단단히 감싸고 2시간 정도 쪄내면 간편하게 완성된다. 한입에 넣기 좋은 크기와 대나무 잎 덕분에 보관과 휴대가 쉬웠던 쫑즈는 오랜 여정을 떠나는 이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주던 비상식량으로 활용됐다.
    1932년 당시 임시정부는 상하이를 떠나 일제의 추적을 피해 무려 일곱 차례나 청사를 옮겨 다녀야 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끼니조차 챙기기 어려웠던 그 시절, 쫑즈는 임시정부에서도 접했을 법한 음식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광복을 향한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시기, 하얼빈에서는 새콤달콤한 맛의 고기튀김이 유행했다. 그 음식은 오늘날 하얼빈을 대표하는 요리인 ‘꿔바로우’로, 두 번 이상 튀겨낸 바삭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소스가 특징이다. 얇게썬 돼지 고기에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을 한 뒤, 반죽을 입혀 튀기고, 식초, 진간장, 설탕, 간생강, 파, 당근을 볶아 만든 소스를 끼얹으면 완성된다. 하얼빈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 또한 한번쯤 접해보지 않았을까? 나라를 되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 속, 잠시나마 위로가 되었을 한 끼. 그날의 마음을 손끝으로 느끼고, 우리의 식탁 위에서 다시 기억해 보는 일. 이것이 광복을 기념하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방식이 되었다.

더 자세한 영상은
경기도청 유튜브에서 확인하세요.

+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