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2025. 07

맨드라미
박갑순

변두리 상가 귀퉁이
낡은 화분에 터 잡은 저 꽃대

주름 촘촘한 치마
누군가 손이 닿으면
무희처럼 빙글빙글 돌 것 같은

또박또박 기록된 유년의 페이지를 넘긴다
주름치마로 동심을 흔들며
하늘을 휘덮던
영란이의 부러운 종아리
빙빙 돌고 있다

엄마 나도 주름치마 입고 싶어요
주름처럼 깊은 어머니의 한숨이 붉었다

아직도 팍팍한 세상
둥글게 돌리고 싶다

중년의 영란이는
지금 어디서 주름 잡고 있을까


※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 수혜자의 작품입니다.(’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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