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과 마음이 이어지는
우리 동네 거실 ‘책방내심’

2025. 12

경기도 시흥시 목감동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책방내심’.
이곳은 일상에 휴식과 설렘을 더하는 동네 서점이다.
문을 연 지 어느덧 5년, 책방내심은 지역문화의 중심이자
일상을 풍요롭게 엮는 새로운 동네 거실로 자리 잡았다.

글. 백미희
사진. 김성재

내심,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

조용한 주택가의 상가 2층에 자리한 동네 서점 ‘책방내심’. 1층의 철문을 열고 올라서면 선물 같은 공간이 방문자를 반긴다. 문을 열면 차분한 음악과 따뜻한 햇살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메인 공간과 책방지기의 자리, 그리고 조용히 몰입할 수 있는 아지트 같은 작은 방이 각기 분리되어 방문객 누구나 여유롭게 책을 둘러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책과 함께하는 이곳에서의 시간은 깊은 쉼과도 같다. 책방지기가 손수 적어 둔 추천 문구와 책 속 발췌문은 독서 경험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든다. 서점을 찾는 이들 대부분은 동네 주민이다. 온라인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 찾을 수 없는, 책방지기만의 감각이 묻어나는 큐레이션 서가를 경험하고자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책을 매개로 사람과 문화를 잇다

“서점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 없지.”
책방내심은 소설 <섬에 있는 서점>에 나오는 한 문구에서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IT분야 마케터로 일해 온 책방지기는 평소 책과 동네서점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여행할 때마다 꼭 동네 서점에 들렀죠. 언젠가 퇴사하면 책방을 열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문득 우리 동네엔 서점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퇴사한 그 시점에 ‘내가 한번 만들어보자’라고 결심했죠.”
책방지기가 만들고 싶었던 동네 서점은 언제 와도 다정한, 설렘이 있는 공간이었다. 그래서일까, 책방내심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을 넘어, 지역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문화적 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서점에선 독서·영화·희곡·드로잉·필사·낭독 등 다양한 소모임이 열린다. 명사의 북토크, 그림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젝트 등 특별한 행사도 이따금 진행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활동이 동네 손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이다. 책을 고르거나 모임에 참여하면서 책방지기와 담소를 나누고, 그러다 보니 무용하는 손님과 공연을 열고, 영화 마케터와 영화 모임도 만들어졌다. 책방내심은 이렇게 지역과 사람을 이어주는 살아있는 문화공간 그 자체다.
얼마 전 열린 ‘기억 프로젝트’는 책방내심의 이 같은 면모를 특히 잘 보여준다. 목감동 주민 10명이 7주간 산책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동네에 대한 기억을 나눴고, 그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자연스럽게 깊어진 유대감과 함께, 동네서점이 지역문화와 삶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임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민과의 소소한 소통의 툴
누구나 안겨 쉴 수 있는 동네의
가장 깊은 안방이자 즐거운
문화의 거실, 책방내심.

이야기를 공유하고 경험을 확장하는 시간

북토크는 책방내심의 문화살롱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그 중 인상적인 시간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작품 세계를 주제로 열린 북토크였다. 이스탄불대학교에서 오르한 파묵을 연구중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초청해 깊은 문학적 교감을 나누는 자리였는데, 그날은 지역 주민뿐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는 터키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책방지기와 방문객들에게도 새로운 시간이 었다. 이런 만남은 단순한 강연을 넘어, 방문객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지역 커뮤니티를 확장하는 소중한 순간이 된다.
고단한 하루 끝, 내 마음을 알아주는 책 한 권, 뜻밖의 만남, 작은 공연이 일상을 따스하게 감싼다. 누구나 안겨 쉴 수 있는 동네의 가장 깊은 안방이자 즐거운 문화의 거실, 책방내심. 이곳에서 모든 방문자는 자신만의 삶의 속도로 마음껏 머물고 설렘을 충전한다.

Info.

    책방내심
    경기도 시흥시 목감초등길 3, 2층 지도 바로보기
    수~토요일 12:00~20:00 ※ 매주 일·월요일 정기 휴무
    070-8621-8005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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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는 각 출판사 서평을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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