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은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성남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른 김길리부터 첫 올림픽 도전을 앞둔 이정민,
그리고 ‘여제’로 불리는 최민정까지.
제25회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향한 세 선수의 열정은
빙상을 녹일 정도로 뜨거웠다.
글. 강나은 사진. 이대원
함께, 또 다르게 여름에도 이어지는 훈련
성남시청 소속 세 선수는 2025-26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모두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최민정 선수는 2024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자동 선발되어 세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되었다. 또한 김길리 선수는 1차 선발전에서 500m와 1,000m 1위, 1,500m 2위에 오른 데 이어 2차 선발전에서도 1,500m 1위를 차지하며 종합 1위로 생애 첫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을 확보했다. 이정민 선수는 2차 선발전 1,000m에서 1분
24초895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하며 제25회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계주 출전권을 따냈다. 성남시청이 배출한 세 선수가 제25회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뛸 수 있게 되면서 성남 쇼트트랙의 저력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이른 아침부터 세 선수는 각자 웨이트트레이닝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언뜻 보면 쇼트트랙과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빙상 위에서 더욱 빠르고 강하게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다.
“사실 저는 빙상 훈련은 좋아하는데 러닝이나 사이클, 웨이트트레이닝은 굉장히 힘들어 해요. 그렇지만 어쨌든 이 운동들도 스케이트 타는 데 빙상 훈련만큼이나 도움이 되기 때문에 힘들어도 하려고 하죠. 목표를 생각하다 보면, 많은 훈련량도 버텨지더라고요.”
최민정 선수의 교과서 같은 모범 답안에 다른 두 선수도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선수마다 개인차가 있기에 훈련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이정민 선수는 체력적 한계를 집중력으로 이겨내는 편이다.
“제가 체력이 좋지 않다 보니 훈련량을 높이기보다는 집중력을
높여서 해결하려고 해요. 또 제가 먹을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웃음). 햄버거나 라면을 먹을 때도 2~3개는 기본으로 먹고요.
그래서 체중 관리를 위해 러닝을 하거나 부상 방지를 위해 재활 훈련을 하면서 부족한 훈련량을 보완하기도 해요.”
금빛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는 세 선수
간절한 염원으로 압박감을 이겨내며
성남을 넘어 한국, 세계에서도 최우수 선수로 꼽히는 세 선수는 최근 더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김길리 선수는 2023-24 시즌에 ISU 크리스탈 글로브를 수상하며 종합 세계랭킹 1위를 달성했다. 지난 2025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따냈다. 심지어 2025년 토리노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는 역대
최초로 5관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런 김길리 선수에게 있어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이겨내는 비결은
‘응원’이었다.
“솔직히 성적이 좋을수록 부담감이 더욱 심해지지만, 그만큼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하면 힘이 나는 편이에요. 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긴장을 풀기도 하고요.”
한편,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3관왕을 달성하며 대한민국 첫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3관왕을 달성해 원조 빙상여제로 불리는 최민정 선수는 성적에 대한 압박감에 선배라는 부담감이 더해지지만, 이
모두를 책임감으로 여기고 자신을 도와주는 이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운동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유스 올림픽, 주니어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정민 선수는 긴장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미리 전략을 짠다. 자신과 함께 레이스를 펼칠 선수들의 장단점을 미리 파악해
자신의 레이스 방향을 정하고, 만약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를
위해 B안, C안 전략을 준비해 출발선 앞에 선다. 하지만 막상 달릴때는 ‘다른 선수들과 재미있게 레이스를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뛰며 부담감을 날려 버린다.
직장 운동부 선수로서 경기도의 지원 기회가
많아져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될 것 같고,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에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김길리, 이정민, 최민정 선수 모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가족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정민 선수에게는 힘든 훈련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바로 가족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어머니,
아버지께서 늘 픽업해주시면서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죠. 그 응원에 보답하고 좋은 성적으로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김길리 선수도 마찬가지로 가장 많은 응원과 지원을 보내준 가족을 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경기도에서도 이렇게
훈련에 매진하는 선수들을 위해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체육인 기회소득 정책을 통해 체육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면서 지속적인 체육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최민정 선수는 선배로서 아직 어린 후배들을 위한 정책이 마련된 것에 안도감을 표한다.
“직장 운동부 선수로서 이런 기회가 많아져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
합니다. 선수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될 것 같고,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굉장히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찬가지로 이정민 선수도 현실적인 관점에서 꼭 필요한 제도라며 말을 이었다.
“예체능의 특성상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데 지원 제도가
있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빛 레이스를 향한 김길리, 이정민, 최민정 선수의 여정은 밀라노에서 완성될 것이다. 올림픽 무대인 빙판 위에서 펼쳐질 0.001초 차이의 승부, 그 짧은 순간을 위해 흘리는 수많은 땀방울이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밝혀나가고 있다.
2024-25 시즌 ISU 월드투어 쇼트트랙 4차 대회
최민정, 김길리 선수 경기 사진 (사진 : 성남시 제공)
Tip.
성남 쇼트트랙 선수팀이 전하는 각오 한 마디
김길리 선수
“응원해 주신 덕분에 성남시청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도 꼭 금메달을 따오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정민 선수
“계주 선수로서 처음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었는데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쇼트트랙 종목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최민정 선수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보니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합니다. 특히나 경기도민분들께서 더 많이 응원해 주시는 것을 알고 있어요. 늘 감사합니다. 내년 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