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흐르는 가을날, 음악 한 잔
경기도로 떠나는 음악여행

2025. 11

음악은 때때로 무용한 말을 뛰어넘는 강력한 언어가 되기도 하고,
성난 파도 같은 마음을 잠재우는 안정제가 되기도 하며, 밋밋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
회복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경기도 곳곳에는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음악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 공간이 여럿 있다. 빈티지 오디오로 클래식을 들려주는
음악 감상실부터 음악과 책이 어우러진 도서관, ‘마왕’ 신해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거리까지.
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일상에 여유를 불어넣는 가을,
꿈결 같은 멜로디에 이끌려 음악여행을 떠나보자.

글. 편집실
사진. 김성재, 황우섭


공간과 음악이 주는 힘

황인용 뮤직 스페이스 카메라타는 한국의 대표 건축가 조병수가 설계했다. 두 개의 큐브 중 하나는 아나운서 황인용의 사적 공간이고 나머지 하나가 음악 감상실인데 약 10m 높이의 두 건물이 나무와 철, 노출 콘트리트로만 구성됐다. 현대적이면서 단순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은 황인용이 자신이 소장한 LP 음반과 스피커로 꾸린 음악 감상 공간이다. 스피커는 1900년대 초반 극장용으로 제작된 웨스턴 일렉트릭의 스피커와 클랑필름 스피커들이다. ‘카메라타’는 이탈리아어로 ‘예술가 집단’을 뜻한다. 이름처럼 음악 감상실에 그치지 않고 전시 작품, 문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

황인용 뮤직 스페이스 카메라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83, 031-957-3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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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혼이 살아 숨 쉬는 곳

지영희국악관에는 평택 출신으로 국악관현악단을 창시하고 해금산조와 시나위의 명인으로 널리 알려진 지영희 선생의 국악예술 혼이 살아있다. 특히, 국악의 대중화는 지영희 선생의 위대한 업적 중 가장 큰 하나로 꼽힌다. 그는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우리 민요 가락을 오선보에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악기 종류마다 그에 맞는 교본을 제작해 누구라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평택시는 이러한 지영희 선생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지영희국악관을 마련했다. 전시관에는 지영희 선생이 생전 사용하던 악기와 오선보에 직접 작성한 악보, 민요채보 시 사용하던 자전거, 음반 등이 전시돼 국악 대중화를 위한 그의 혼신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지영희국악관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평택호길 147, 031-8024-8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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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생한 ‘마왕’의 흔적

신해철거리는 그의 삶과 음악을 기리는 거리다. 그의 작업실이 있던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 신해철 동상을 중심으로 한 160m 구간이다. 신해철은 1988년 대학가요제에 혜성같이 등장해 ‘그대에게’를 열창하던 풋풋한 뮤지션, 록 밴드 N.EX.T(넥스트)에서 수많은 명곡을 남긴 록커, 라디오에서 ‘마왕’으로 불리며 청춘들을 다독이던 DJ였다. 밴드 넥스트의 첫 글자, ‘n’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길의 시작을 알리고 살짝 굽은 등에 마이크를 잡고 다리를 꼰 신해철 동상이 이곳의 정체성을 상기시킨다. 또한, 가로수마다 노래 가사를 적은 안내판은 마왕 특유의 철학적 노랫말을 곱씹게 한다.

신해철거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발이봉로 10, 031-71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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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음악이 함께하는 공간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책과 음악을 융합해, 음악을 청각적인 영역을 넘어 공감각적 공간으로 전달하는 음악 전문 공공도서관이다. 의정부시의 지역 특색을 반영한 블랙뮤직(재즈·블루스·힙합·R&B 등)을 테마로 공간을 디자인했고, 도서 및 CD·LP· 악보·DVD 등의 비도서 자료로 장서를 구성했다. 이곳에서는 운영 시간 내내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좋아하는 음악을 좋은 장비를 이용해 LP, CD, mp3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들어볼 수도 있다. 주변에서 구하기 어려운 음악 관련 서적과 잡지를 보유하고 있어 음악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방문해 보아야 할 명소가 됐다. 피아노가 혼자 건반을 연주하는 넓은 뮤직홀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테마별 음악이 자동 재생돼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의정부음악도서관 경기도 의정부시 장곡로 280, 031-828-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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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휴식이 함께하는 곳

음악역1939는 1939년 개장했던 구 가평역사 일대 부지에 자리한 음악 복합문화공간이다. 옛 가평역 폐선부지가 역사적·공간적 상징성을 결합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미래를 향한 음악중심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음악을 위한 야외 공연장과 실내공연장, 스튜디오, 녹음실, 연습실, 세미나실과 컨벤션 홀, 누구나 음악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교육장과 레지던스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개인에게는 음악과 함께하는 양질의 휴식을, 음악인 에게는 창작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지역에는 활력을 제공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음악역1939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석봉로 100, 031-580-4324 지도 바로보기



시민을 위한 음악 취미 활동 공간

동두천시에 위치한 두드림뮤직센터는 음악인들이 창작과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실내공연장, 음악 연습실, 홍보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외부에는 야외무대 공연장, 거리벽화 등을 조성해 노후하고 쇠락한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센터가 들어선 보산동은 한때 미군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상점이 들어서 동두천 지역경제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미군 감축 등 재배치 계획에 따라 쇠퇴하고 있었다. 이에 동두천시는 쇠퇴한 구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동두천이 한국 록(Rock)의 발상지라는 점에 착안하여 두드림뮤직센터를 조성했다. 센터 앞에 위치한 조형물 ‘You are a Pioneer’는 4m에 달하는 높이에 모험하는 배의 돛을 형상화한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으로, 금속 돛을 지지하는 기둥에는 세계 도시들의 방향과 거리가 표시돼 있다. 동두천이 가진 국제도시로서의 장소성을 기록하기 위한 이 조형물의 의미와 연계해 센터 역시 다양한 공연과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지역민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두드림뮤직센터 경기도 동두천시 상패로216번길 42, 031-860-2729 지도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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