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체험·전시가 어우러진 ‘평화’를 품은
숲속 도서관 평화를 품은 집

2025. 09

파주 파평면 두포천을 따라가다가 초록이 가득한 언덕을 올라가면 ‘평화를 품은 집’이 나타난다.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형 구조의 양옆으로는 책이 가득하고 전면 창에서 숲이 가득 들어와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에 ‘평화’를 일궈내는 이곳은 평화 전문 도서관일 뿐 아니라 전시와 체험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글. 공주영
사진. 김성재

우리가 ‘평화’를 이야기하는 이유

주변이 온통 초록인 이곳 ‘평화를 품은 집’은 책을 자유롭게 읽는 도서관 외에도 책방, 갤러리, 소극장, 카페 등 다양한 장소가 모여 있다. ‘평화도서관’은 평화·인권·환경 등을 주제로 하는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고, ‘평화를 품은 책방’에서는 평화 관련 도서를 주제 별로 엄선해서 판매한다. 또 세계의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사건을 다루는 ‘제노사이드 역사자료관’, 천연발효빵과 커피를 파는 ‘카페 소라브레드’도 함께 운영 중이다. 황수경 관장이 도심과 떨어진 숲 속에서 도서관을 운영하게 된 지는 벌써 11년째. 이 전에는 파주 출판도시 안에서 ‘꿈꾸는 교실’이라는 어린이도서관을 14년 정도 운영했다. 첫 번째 운영한 도서관이 ‘어린이’에게 맞춘 도서관이었다면, 이번에는 파주 지역의 특성을 살려 ‘평화’를 테마로 한 도서관을 연 것이다. 대신 ‘평화를 품은 집’은 평화의 의미를 더 넓혔다. 단지 전쟁, 통일을 떠올리는 평화가 아니라 인권, 차별과 편견, 환경, 사람 사이의 관계 등 훨씬 확대된 범위의 평화를 품고 있다.
평화도서관에서는 책장 어느 곳에서 책을 뽑든 결국은 평화라는 키워드와 이어진다. 평화에 대해 깊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책들이다.

보따리를 풀면 놀이와 이야기가 와르르

‘평화도서관’에서는 단지 책만 읽는 게 아니라 특색 있는 체험도 운영한다. 그중 하나가 책보따리다. 책을 읽고 놀이를 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진 보따리이다. 보따리를 열면 그림책, 보드게임판, 카드, 주사위, 설명서 등이 들어 있는데 보따리마다 주제가 모두 다르다. 평화보따리, 인권보따리, 환경보따리, 관계보따리, 난민보따리 등 34개 주제에 따른 보따리를 열어 책을 읽고 놀이를 시작할 수 있다. 황수경 관장은 단지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주제에 맞는 게임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훨씬 깊이 있는 독서를 하게 된다고 말한다. 책보따리는 꼭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르신들도 많이 참여하고 호응을 보여준 체험이다.
9월 30일에 개관하는 문산거점도서관에서도 평화도서관의 책보따리 전시를 만날 수 있다. ‘평화를 품은 집’은 책을 읽고 전시도 보며 초록 가득한 자연 속에서 커피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가족 단위의 손님뿐 아니라 파주 지역 초등학교나 청소년 독서동아리, 교육기관 등에서도 자주 찾아오곤 한다. 관계에 지치고 마음에 평화가 필요할 때, 아이들과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 그저 조용히 숲속에서 책을 읽고 싶을 때 이곳을 방문해 보자. 가장 평화로운 독서가 보장된다.

Info.

    평화를 품은 집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파평산로 389번길 42-19 지도 바로보기
    (평화도서관) 화~일요일 10:00~18:00(매주 월 정기휴무)
    (카페 소라브레드) 수~일요일 10:00~17:00(매주 월·화 정기휴무)
    책보따리 체험 3만 원, 후원회원 2만 원(인원 관계없이 보따리 하나당)
    031-953-1625


Tip.

‘평화를 품은 집’
황수경 관장의 추천도서

평화 책

토드 파|평화를 품은 책

평화란 무엇일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도 평화고, ‘내리는 눈을 보는 것’도 평화다. 미국 어린이들이 말하는 평화의 의미는 어른들이 무릎을 ‘탁’ 칠 정도의 깊이 있는 평화다.
나무 도장

권윤덕|평화를 품은 책

제주 4·3 사건 당시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슬픈 역사를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우리가 4·3 사건을 통해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할아버지의 감나무

서진선 | 평화를 품은 책

전쟁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한국전쟁 당시 국군이었던 할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사람에게 총을 쐈지만, 전쟁의 또 다른 ‘피해자’이다. 작가의 아버지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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