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無用하기에 소중한
우리 동네 독립서점 ‘무용’

2025. 06

경기 북부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으로 손꼽히는 가평잣고을시장. 이곳에서 1분 거리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숨어 있는 보물 같은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가평으로 여행을 왔다면, 예쁜 문구 아이템과 선물하기 좋은 책들이 가득한 이 독립서점에 들러보면 어떨까.

글. 백미희
사진. 이대원

골목길 어귀에서 만나는 동화 같은 공간

작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가평잣고을시장 한편에 자리한 ‘무용’이 마치 오래된 동화책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 모습을 드러낸다.
책방에 들어서면 목재선반과 빈티지 소품, 그리고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운 아날로그적 온기가 공간에 들어선 사람들을 과거의 어느 한 시절로 데려다주는 듯하다. 무용은 독립시집을 출간한 시인과 문구를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공간이다. 초록색 벽면은 시인인 서한솔 책방지기의 공간으로 시집이나 에세이, 산문집 등 독립서적을 주로 다룬다.
코랄핑크색 벽면은 디자이너 양아실 책방지기의 공간이다. 직접 만든 실크스크린 작품과 함께 연필, 북다트, 연필깎이 등 아기자기한 문구류가 큐레이션되어 있다.
두 사람은 같은 공연예술팀에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책방의 인테리어도 두 달에 걸쳐 직접 완성했다. 그래서 공간에도 두 사람의 취향이 듬뿍 반영되어 있다. 5평 남짓으로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볼거리가 가득하다. 테이블 위에 놓은 베이지색 타자기부터 원래 있던 문짝을 떼어내 만든 매거진랙, 빨간머리앤에 나올 법한 레트로한 디자인의 의자들은 책방을 영화 속 공간같이 느끼게 해준다. 전면 유리통창 너머로 보이는 초록현관과 기와지붕이 돋보이는 집까지도 이곳의 운치를 더하는 요소다.

모두에게 편하고 재밌는 휴식처가 되기를

책방의 이름이 ‘무용’이 된 것은 서한솔 책방지기의 아이디어다.
지칠 때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는 것. 배금주의 시대에 이런 것들은 유용한 일로 취급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삶이 지칠 때마다 무용(無用)한 행위로 위로를 받았고 그래서 책방지기에게 무용은 ‘소중함’을 뜻한다. 그렇게 책방 이름도 무용이 되었다.
책방지기에게 무용은 쉼의 공간이다. 실제로 카운터를 지키기보다는 구석에 있는 푹신한 벨벳의자에 몸을 파묻고 휴식을 취할 때가 많다는 서한솔 책방지기. 현재 공연예술팀에서 활동 중인 두 사람은 책방을 지키며 에너지를 충전하곤 한다. 다만 현업 때문에 정기휴무는 월요일이지만 비정기적으로 쉬는 날도 있다고.
무용이 책방지기의 취향이 반영된 편하고 즐거운 공간인 만큼 그들은 더 많은 사람이 이 공간을 즐기기를 바란다. 그래서 “대관료를 받지 않을 테니 책방을 활용해 보시라”고 동네 주민들에게 자주 권하고 있다. 언제든 독서 모임이나 토론회 등을 열 수 있도록 중앙에 큰 테이블 위도 비워두었다. 책이 올라와 있으면 테이블 의자에 앉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책방 오픈 초반에는 무용이라는 이름에 착안해 동네주민들의 무용교실을 열기도 했고, 싱어송라이터의 1인 콘서트나 인형극 등을 개최한 적도 있다. 하지만 현업을 병행하고 있는 만큼 직접 행사를 기획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무용에는 예쁘고 따뜻한 문장을 가진 책이 많다. 책방지기가 정성스레 골라놓은 서적 중 취향에 맞는 책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공간에 머무르며 쉬다 가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무용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골목길 어귀에서 이 동화 같은 공간을 찾아냈다면, 여행하듯 차근차근 천천히 무용의 매력을 발견해 보자.
가평에는 무용서점뿐 아니라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잣고을 전통 시장’에서 가평의 특산물인 잣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도 맛보고 근처 ‘노랑다리 미술관’을 방문해 이색적인 작품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무용에는 예쁘고 따뜻한 문장을 가진 책이 많다.
책방지기가 정성스레 골라놓은 서적 중
취향에 맞는 책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Info.

무용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장터길 3-41 1층 지도 바로보기
화~일요일 12:30~19:00
※ 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책방지기 사정에 따라 비정기 휴무 있음)
010-5016-0510


Tip.

무용 책방지기 서한솔 씨의
추천도서 3선

가라 인생

강백수 | 시인동네

피식피식 웃으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책방지기가 최근 가장 재밌게 읽은 시집. 시가 어렵다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 느린걸음

삶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울림, 인류의 물음과 삶의 근원에 대한 성찰을 담은 시들을 하나로 엮어냈다. 살아가는 데 용기가 필요할 때 아무 곳이나 펼쳐 보자.
아무 목이나 끌어안고 울고 싶을 때

황수영 | 이불섬

가볍고 한손에 들어와 이동하면서 읽기 좋은 산문집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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