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꾼 베르나르 베르베르

시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꾼
베르나르 베르베르

2026. 08

상상력 가득한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작가.
그 기발함 속에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
여덟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타고난 글쟁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의 후원으로
경기도서관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새로운 작품을 들고 찾아온 그가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글. 임산하 사진. 박충열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온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간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베르나르 베르베르. 1991년 <개미>로 전 세계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은 그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작가 중 한 명’ 으로 꼽힌다. 이후에도 <뇌>, <신> 등 수많은 작품을 내놓으며 몰입을 높이는 필력과 재미난 상상력으로 독서의 즐거움까지 전해주는 작가로 거듭났다. 게다가 작품마다 ‘인류, 기후, 전쟁’ 등 묵직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어 마지막 장을 덮은 독자들에게 언제나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다음 세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하자”는 것이 자신의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말한다.
그런 그가 올여름 <영혼의 왈츠>로 돌아왔다. 벌써부터 많은 이가 찾는 이 책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반복되는 운명과 인연,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종말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은 12만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문명의 빛을 밝히려는 자들과 인류를 야만의 어둠 속으로 끌어내리려는 자들이 반복해 온 거대한 대결을 그린다.
“빛과 어둠의 대립은 선사시대부터 시작돼 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역사에는 언제나 죽음을 독촉하는 세력과 생명을 추구하는 세력이 있었죠. 인간을 도구로 삼는 몽매주의에 계몽주의가 맞서 온 것입니다.”
“빛과 어둠의 대립은 선사시대부터
시작돼 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역사에는 언제나
죽음을 독촉하는 세력과 생명을
추구하는 세력이 있었죠.
인간을 도구로 삼는 몽매주의에
계몽주의가 맞서 온 것입니다.”
소설의 모티브가 된 전생 체험
인류의 역사를 보여 주기 위해 작가는 소설 속에서 ‘퇴행 최면’이라는 장치를 활용한다. 주인공 외제니는 세상에 파국이 다가온다는 경고를 듣고 종말을 막고자 퇴행 최면을 통해 현생과 전생을 오간다.
퇴행 최면은 작가가 경험한 전생 체험이 모티브가 되었다. 맨 처음 전생을 경험한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는 그는 그때가 마치 영화 같았다고 말한다.
“제가 신앙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무신론자도 아니죠. 저는 불가지론자 (인간은 신을 인식할 수 없다는 종교적 인식론을 따르는 사람)인데, 아직 모르지만 알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우리는 ‘죽는 순간’에야 내세에 대해 알 수 있을 거예요. 내세가 있다고 믿거나 없다고 믿는 그 누구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관점’입니다. 전생과 내세가 없다면 우리 삶은 죽음과 함께 종결할 테지만, 환생이 있다면 드라마처럼 계속 다음 편이 나오는 것이죠. 이런 생각을 하면 즐거워요.”
그리고 작가는 덧붙인다. 전생 체험이 완전한 진실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지금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고. 어쩌면 그렇기에 작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보다 나은 사람, 옳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 다음 단계의 인간이 있다면 그것은 ‘현자’일 거예요. 그리고 현자는 파괴와 낭비, 소비하는 기쁨을 포기하는 현명한 인간일 것입니다.”
‘기록’이 담긴 책의 중요성
<영혼의 왈츠>에서 외제니는 과거의 삶들을 따라 선사시대와 고대로 향하고, 여러 세력의 충돌 속에서 인류가 지켜내지 못하고 되풀이한 선택들이 지금의 종말을 불러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반복되는 파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외제니가 끊임없이 ‘기록’을 하는 것에서 우리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작가는 책의 첫 장에서도 작은 힌트를 전한다. ‘책과 도서관, 서점의 존재 의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분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책은 기억을 구체화하고, 보전합니다. 그리고 책은 사람을 똑똑하게 만들지요. 많은 독재자가 책과 도서관을 파괴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요. SNS는 우리에게 굉장히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우리를 단순한 바보로 만들고 있죠.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진실을 가려내는 인식의 성숙을 기르기 위해 말이죠.”
도서관 그리고 독서의 의미
작가는 어린 시절 집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었고,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도서관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그는 경기도서관을 보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렇게 안락하고 편안해 보이는 도서관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중앙의 멋진 천장과 빈백 등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이 아이디어를 프랑스에도 가져가고 싶어요.”
도서관은 우리를 자연스럽게 책과 연결해 준다. 이 공간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말한 대로 ‘인식의 성숙’으로 가는 지름길과 같다. 그리고 독서의 가치는 ‘지식’을 넘어선다.
“독서만으로도 폭력을 한 단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해 봐도 누구든 책을 읽으려 할 때는 굉장히 조용한 공간에서 집중하려고 노력하죠. 차분해지는 공명 속에서 평온과 안정을 되찾게 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를 채우는 동시에 사회를 밝히는 일. 그렇게 독서를 통해 우리의 영혼은 보다 더 아름다운 왈츠를 추게 될 것이다. 그것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책을 쓰는 이유가 아닐까.

Tip.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전하는
우리 안의 재능을 키우는 방법

내면의 다이아몬드를 밝히려는 의지
모든 존재의 이유는 ‘우리 각자가 우리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질과 재료를 발효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개인은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하는 나만의 고유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내면의 다이아몬드를 밝히는 갈망의 불을 지피길 바랍니다.
타인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는 태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데만 몰입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진실로, 그리고 진정으로 기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를 놓치게 돼요. 스스로의 재능과 내면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안정적인 토대, 더 높이 성장하는 조건
로켓 발사대를 생각해 보세요, 토대가 탄탄해야 로켓이 높이 날아갈 수 있지요. 그러니 어린아이들이 자라는 시기에는 안정적인 틀이 필요하고, 이보다 컸을 때 자유를 허락해 상상력과 창의력에 한계를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다운 독창적 존재가 되기 위한 노력
AI의 글솜씨는 저보다 나아요. 그리고 빅토르 위고의 문체로 <개미>를 써달라고 하면 분명 우수한 결과물을 도출할 거예요. 하지만 그건 이미 세상에 나온 작품들이기 때문이죠. 어떤 AI도 제가 다음에 어떤 작품을 쓸지는 모를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독창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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