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도 맞춤 시대, 나만의 건강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라

건강검진도 맞춤 시대 나만의 건강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라

2026. 07

우리는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매년 같은 시기에 건강검진을 예약하고, 지난해 받았던 검진 패키지를 올해도 선택한다.
검진 결과지에 ‘큰 이상 없음’이라는 문구를 확인하면
또 한 해를 무사히 넘겼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는 것과 건강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실제로 매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암이나 심혈관 질환 진단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강도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삶을 살아왔다. 누군가는 평생 사무실에 앉아 일했고, 누군가는 현장을 누비며 몸을 써왔다. 어떤 사람은 부모님이 심장 질환으로 고생했고, 어떤 사람은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있었다. 생활 습관도 다르고 스트레스 형태도 다르다.
그런데 건강검진은 종종 이 모두를 같은 기준으로 바라본다. 정해진 패키지를 선택하고, 정해진 항목을 검사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통보받는다.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내 건강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는 어렵다. 건강은 획일적이지 않다. 따라서 건강검진 역시 개인의 삶과 위험 요인을 반영한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
건강검진은 ‘건강 포트폴리오’다
많은 사람이 건강검진을 보험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투자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투자를 할 때도 자신의 상황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안정형 투자자가 있고 공격형 투자자가 있듯, 건강관리 역시 각자의 위험 요인에 따라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50대 남성이라면 심혈관 질환과 대사 질환 관리가 중요할 수 있다. 반면 같은 연령의 여성이라면 골다공증이나 호르몬 변화, 유방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할 수 있다.
70대 이후에는 또 달라진다. 단순히 질병을 찾는 것보다 기억력과 인지 기능, 근력, 균형 감각, 골밀도처럼 앞으로 삶의 질을 좌우하는 기능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결국 건강검진은 ‘무엇이 있느냐’를 찾는 검사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설계하는 과정으로 발전해야 한다.

검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다음’
건강검진의 진짜 가치는 결과지를 받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정상인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떤 관리를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건강에는 ‘그레이 존(Gray Zone)’이 존재한다. 이는 아직 질병으로 나타난 건 아니지만 몇 년 뒤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다.
평균수명이 100세를 향해 가는 시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다.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다리의 힘, 손주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억력,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체력. 이런 기능들이 유지될 때 비로소 삶의 질이 높아진다.
건강검진은 질병을 찾기 위한 연례행사가 아니다.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고 건강을 저축하는 과정이다. 내 나이와 생활 방식, 가족력에 맞는 건강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 이것이 건강검진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향이다. 이로써 건강검진은 건강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나만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Tip.

조상헌 병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공부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 건강검진센터 강남센터 원장을 지냈다.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이자 광동병원 병원장이다.

연령별로 꼭 챙겨야 할 건강검진

20~30대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 시기지만, 가족력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본 건강검진과 함께 혈압·혈당·지질 검사, 간·갑상선 기능 등을 점검하고 가족력에 따른 조기 검진을 고려해야 한다.
40대 건강의 방향이 결정되는 시기. 위·대장 내시경, 복부초음파, 심혈관 위험 평가가 중요해진다. 생활 습관병의 초기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50~60대 암 검진과 심·뇌혈관 질환 관리가 중요하다. 여성은 골밀도와 유방 건강, 남성은 전립선 건강을 함께 살펴야 한다.
70대 이후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 기능 평가와 근감소증, 낙상 위험, 골다공증 관리가 중요하다. 얼마나 오래 건강하게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건강검진의 핵심 목표다.


순환형으로 체크해야 하는 건강검진

검사 구성 주기적으로 재설계하기
개인의 특성을 반영해 위험이 높은 항목은 검진 간격을 줄이고, 위험도가 낮은 항목은 부위나 질병별로 돌아가며 검진한다.
검사 항목 유연하게 조정하기
검사 항목에는 개인의 생활 습관이 반영되어야 한다. 가령 흡연자는 폐암에 국한하기보다 담배 연기가 지나가며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식도, 방광 등도 모두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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