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서 발견한 빛이 삶의 조명이 되다 조세현 사진작가

사람에게서 발견한 빛이 삶의 조명이 되다 조세현 사진작가

2026. 04

사람을 오래 바라본다. 그리고 드디어 발견한 빛을 사진에 담는다.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인물을 촬영하는 조세현 작가.
그는 ‘경기사진센터’가 문을 여는 출발점에서도 그 여정을 함께했다.
언제나 사람을 향한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글. 임산하 사진. 김규남
사람의 영혼을 이미지로 남기는 사진작가
지그시 바라보며 기다린다.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그러면 렌즈를 통해 그 너머가 보이고, 인물의 영혼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사람이 담긴다. 조세현 작가의 사진 속 인물들에게서 투명한 감동이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진작가로 활동한 지 50여 년. 그에게는 ‘얼굴 전문 사진가’, ‘연예인 사진 전문가’, ‘흑백사진 전문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가 걸어온 삶의 흔적이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에게 붙이고 싶은 수식어는 단순하다. ‘사람을 오래 바라본 사진가’.
“저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기보다 오래 머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얼굴 앞에서 서두르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이죠. 그 시간이 제 사진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조세현 작가가 촬영 현장에서 더 공을 들이는 시간은 기다리는 시간이다. 그는 늘 오래 관찰한다. 인물 사진은 결국 관계의 기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 끝나지만, 그 전에 흐르는 공기와 침묵, 눈빛의 교환이 사진의 본질입니다. 저는 촬영 전에 말을 많이 하지 않아요. 대신 듣습니다. 그리고 기다립니다. 얼굴을 찍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시간을 찍으려 합니다.”
조세현 작가가 찍는 ‘시간’, 사람의 흔적과 추억 그 모든 것을 그는 ‘영혼’이라 말한다. 그것을 이미지로 남기는 것. 이것이 조세현 작가가 인물 사진을 촬영할 때 지키는 철학이다.

사진에 고스란히 담기는 인물에 대한 존중
기다림의 완성은 존중이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시간을 쏟는 것을 넘어선다. 조세현 작가에게 사람에 대한 존중은 그의 사진을 지탱하는 뿌리이기도 하다. 2000년, 무의탁 복지시설 촬영 봉사 현장에서 새긴 의미다.
“제 외삼촌이 당시 복지시설 원장으로 계셨고, 가족사진이 없는 이들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그 사진을 인화하며 가슴이 얼마나 뻐근했는지 몰라요. 그때 느꼈죠. 사진은 보여 주는 행위면서 동시에 책임지는 행위라는 것을요. 그 경험 이후 제 작업의 방향을 정했어요. 점점 더 사람의 존엄과 가능성을 담고 싶어졌지요.”
그 전에는 ‘어떻게 찍을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그 이후에는 ‘왜 찍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후 입양아, 장애인, 노숙인 등 소외 계층의 사진을 찍거나 재능 기부를 하며 그들의 삶을 지지하는 삼각대가 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도민들을 위해 나섰다. 3월 27일 문을 연 경기사진센터 개관에 정책적 제안을 아끼지 않은 것.
“사진은 한 시대의 기록이고, 지역의 기억입니다. 저는 경기도가 그 기억을 품는 그릇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사진 전문 공공 문화 공간을 제안했어요.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석좌교수를 역임한 그는 대학이 전문가를 키우는 곳이라면, 지자체는 시민을 품어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은 예술인 동시에 생활 이고, 스마트폰으로 찍은 가족사진도, 작가의 대형 작품도 모두 같은 출발선에 있다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경기사진센터의 역할일 것이다.
조세현 작가 작업실에 걸려 있는 인물 사진 작품
“스마트폰은 카메라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진의 영역을 확장한 것이죠. 그리고 사진은 추억이 되잖아요.
수많은 걸 잊어버려도 사진이 있으면 기억이 다시 살아나듯, 모두가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요.”

조세현 작가가 추억이 담긴 카메라를 만지고 있다.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피사체의 빛
경기사진센터에서는 8월 9일까지 개관 특별전이 한창이다. <빛나는 얼굴들: 아이콘에서 우리로>라는 제목의 전시로, 동시대의 아이콘이 된 인물들도 ‘보통 사람’에서 시작되었다는 의미를 되새긴다. 이곳에 방문하는 도민들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을 한다. 스마트폰이 널리 사용되면서 이제 사진을 찍는 것은 일상이자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조세현 작가는 스마트폰 촬영이 ‘진실에 가깝다’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진실함이 우리에게 스마트폰을 열게 하는 것이라고.
“스마트폰은 카메라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진의 영역을 확장한 것이죠. 그리고 사진은 추억이 되잖아요. 수많은 걸 잊어버려도 사진이 있으면 기억이 다시 살아나듯, 모두가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요.”
전시장에서는 조세현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그는 ‘얼굴’의 어디에서 ‘빛’을 발견할까.
“완벽함보다는 흔적에서 아름다움을 봅니다. 주름은 그 사람의 지난 선택이 그린 지도이고, 눈빛은 그 사람이 견뎌온 시간의 깊이를 말해 줍니다. 젊음의 매끈함도 아름답지만, 세월의 결이 남은 얼굴은 더 깊은 이야기를 하죠.”
사람을 깊이 바라보는 사람. 조세현 작가는 앞으로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남기고 싶다고 전한다. 그 사진 한 장 한 장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그는 오늘도 빛을 따라간다. 오로지 그에게만 보이는 그 빛을. 그의 사진이 흑백 속에서도 빛나는 건 이 때문이다.
조세현 작가의 손때가 묻은 카메라들
“사진은 한 시대의 기록이고, 지역의 기억입니다. 저는 경기도가 그 기억을 품는 그릇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사진 전문 공공 문화 공간을 제안했어요.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요.”

With경기

경기사진센터

전시, 연구, 교육, 창·제작, 기술 협업, 국제 교류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공 사진 전문기관으로, 사진을 중심으로 전문가와 도민 모두가 모이는 공간이다.
3월 27일 경기상상캠퍼스 내에 문을 열었으며, 조세현 작가도 참여한 개관 특별전 <빛나는 얼굴들: 아이콘에서 우리로>는 8월 9일까지 도민과 만난다.

Tip.

조세현 작가가 말하는 잘 찍고 잘 찍히는 법!

잘 찍으려면 좋은 ‘빛’을 찾는 훈련이 필요해요
좋은 빛이란 한낮의 빛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빛을 피하거나 역광인 경우 방향을 바꾸는 등 동적인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한 걸음만 옮겨도 사진이 달라져요. 이렇게 빛을 찾아 나서다 보면 결과를 예측하는 힘도 함께 기를 수 있어요.
잘 찍히려면 스스로를 믿어야 해요
카메라를 의식하지 말고 그 순간을 즐기면 됩니다.
웃음이 터지기 직전의 숨, 말을 멈춘 뒤의 눈빛. 그 찰나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장하기보다 진심을 담은 것이 오래갑니다. 조금 서툴러도 괜찮아요. ‘진짜 순간’에는 힘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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