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빈칸을 채워주는 교육 이야기

아이의 빈칸을 채워주는 교육 이야기

2026. 05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엔 자연스레 학교와 교육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지나온 그 길을 이제 우리 아이들이 걷고 있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교육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들어본다

글. 임산하 사진. 박충열

AI 시대, 인성을 말하는 조벽 교수

Tip.

조벽 교수가 말하는 자녀 교육법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키우기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부모가 아이를 키워야 합니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양육과 훈육을 통해 자기 조율과 관계 조율의 기초를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이때 ‘관계’에 대해서도 배우게 됩니다.
놀이를 통해 교육하기 여기서 ‘놀이’란 놀게 내버려두는 것과 다릅니다. 구조와 규칙 속에 함께 노는 것을 말하죠. 결과가 중요한 ‘게임’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지혜를 만나는 ‘놀이’를 하라는 것입니다.
팀플레이로 이어지는 놀이하기 학교에 가면 ‘놀이’라는 것이 생활 스포츠 형태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때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팀플레이 속에서 조율하는 방법으로 지혜를 키워 갈 수 있습니다.
꿈이 있는 진로 탐색하기 ‘학과’나 ‘직업’은 목적지가 아닙니다. 단순한 수단이죠. 아이들의 꿈을 다 깨게 한 다음에 묻는 것은 ‘진로 탐색’이 아닙니다. 우리의 진짜 목적지를 정해야 합니다.
옛 교육에서 탈피해야 하는 AI 시대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알려진 조벽 교수는 최근 ‘재미난 일’을 했다고 한다. 베트남 교육부와 수리남 정부에서 그를 부른 것. 그곳에서 그는 AI 시대에 어떤 교육을 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강연을 했다. 거기서 느꼈다. 두 나라가 지금 굉장히 절실하다는 것을. 그러자 한국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과연, 한국은 절실한가.
“한국은 항상 절실함을 갖고 성장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절실함은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는 방향이 아니죠. 예전의 성공 방식을 답습하면서 더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로 경쟁해서 올라가는 건 옛 사고방식이에요. AI 시대에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고해야 해요. 이 시대는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그리고 정보화로 나아가는 변화를 넘어서는, 훨씬 더 큰 점프이기 때문이죠.”
인간 고유의 능력, 지혜를 키워야 할 때
우리 성공 방식의 한 축은 ‘교육’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성공 전략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조벽 교수의 말이다.
“지금은 말 그대로 ‘공부하는 기계’를 만들고 있어요. 정답을 골라내는 ‘정답 중독’에 빠져 있고, 변별력을 위해 등급을 나누죠. 그런데 AI는 우리가 초중고 12년 동안 배운 걸 뚝딱해요. 암기와 분석까지 더 탁월하죠. AI와 비교하면 우리는 1, 2, 3등급이 아닌 9.1등급, 9.2등급, 9.3등급인 거예요.”
이제는 인간과 AI의 변별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AI와 비교했을 때 인간만의 차별화되는 능력은 무얼까.
“사람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인간 고유의 능력, 바로 ‘지혜’예요. 지혜 기반을 갖기 위해서는 ‘암묵지(暗默知)’, 즉 내 안에 있는 것을 발견해야 합니다. 지식 기반을 위한 공부는 형식지(形式知)로 책을 통해서 하지만, 이는 AI가 더 잘하는 영역이죠. 물론 지금까지의 교육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AI 시대에 맞도록 교육의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 고유의 학습법, 질문을 통해 발견하는 나
‘내 안에 있는 것’을 어떻게 발견할까? 벌써부터 아리송하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꿈 깨!”라는 소리를 들어 왔기 때문이다. “꿈은 내면 세상의 부름이에요. 나 자신이 무언가에 이끌리는 것은 자신의 미래에 이끌리는 거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자신을 아는 것이 모든 지혜의 시작’이라고.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은 자기 자신이 아닌 것, 즉 지식은 방대하게 알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모른다. 이제 정해진 답을 찾는 데 매달려서는 안 된다.
“돌아보면 누가 가장 많은 질문을 하나요? 아이들이에요. ‘질문’이란 인간 고유의 학습 방법이죠. 이것이 ‘메타 러닝’이에요. 질문은 자발적으로 알고 싶어서 나오는 것인데, 결국 많아지면 야단을 맞죠. 지금껏 ‘딥 러닝’을 추구했기 때문이에요. AI가 더 잘하는 그 딥 러닝 말이에요.”
미래 리터러시의 바탕이 되는 인성
지혜는 통찰력, 직관, 직감, 영감 등을 말한다. 자신을 아는 능력, 자기를 조율하고 타인과 조율하는 능력이다. 공동체 속에서 나 자신이 쓰임새 있게 살아가는 능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성 교육이 필요해요. 흔히 ‘실력이 없으면 인성이라도 좋아야지’라는 말을 하잖아요. 여기에는 두 가지 속뜻이 있어요. 실력과 인성은 다른 것, 그리고 인성은 실력이 없을 때나 필요한 것. 그러니 누구나 실력부터 갖추려고 하죠. 하지만 인성도 노력으로 갖추는 역량입니다. 열심히 노력할수록 더 훌륭한 인성이 쌓여요. 인성은 ‘인간성’이고, AI와 구분되는 ‘인간 고유의 역량’인 거죠.”
AI 시대, 이제 인간 고유의 능력이 더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유네스코에서는 이를 ‘미래 리터러시’라고 말한다. 미래를 창조해 내는 능력. 여기에는 공감력, 소통력, 협업 능력, 윤리관 등이 포함되며 ‘인성’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른다. 변화는 시작됐다. 그러니 새롭게 깨고 도약해야 한다.

학생의 징검다리가 되어 주는 류지현 특수학교 교사

Tip.

류지현 선생님이 말하는
느린아이와 소통하는 방법

속도에 맞춰 기다리기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도 모두 다 달라요. 그렇기에 ‘나’를 기준으로 두면 안 됩니다. 각자의 속도에 맞춰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줘야 합니다.
보편적 학습 설계하기 모두를 위한 교육이 필요해요. 단지 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자신의 방식으로 배우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의 틀입니다. 교육의 벽을 낮춰야 합니다.
도움의 순간 물어보기 장애 학생이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 학생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필연처럼 걸어온 특수학교 교사의 길
매일이 새롭다. 매번 다르지만 그건 낯섦보다는 행복에 가깝다. 누군가는 힘들지 않느냐고 되묻는 일에 그저 방긋 웃을 뿐이다. 여기도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고, 비장애인들이 겪는 일상적인 일들이 평범하게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저 장애인을 많이 만나지 못해서,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그는 17년째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는 류지현 선생님이다.
어릴 적부터 특수학교 교사의 길을 가고자 했던 건 아니지만, 여러 봉사활동과 다양한 장애인 친구들과의 만남이 류지현 선생님을 이 길로 이끌었다. 그러니 우연보다는 필연에 가깝다.
학생들의 속도를 살피며 소통하는 중
류지현 선생님은 자신을 소개할 때 “학생들을 통해서 배우며 성장하는 교사”라고 말한다. 학생들의 속도에 맞춰 가르치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은 여전히 자신에게 배움과도 같다. 그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더 잘 배우도록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주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 학생들의 ‘속도’를 살핀다.
“너무 빨리 개입하면 학생의 선택을 빼앗게 될 수 있고, 또 너무 늦게 개입하면 어떤 사인을 놓칠 수도 있어요. 그러니 그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죠. 반응과 기다림 사이, 그 안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성장하며 배울 수 있어요. 그리고 이를 놓치지 않는 것이 특수학교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입니다.”
교육은 ‘자립’을 위한 길이기도 하기에 일상생활 교육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칫솔에 치약 짜 보기, 식사 후 거울 보며 입 주변 닦기, 뒤처리를 잘하기 위해 휴지를 어떻게 접어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변기가 막히지 않는지 등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이 모든 일이 실은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진학과 취업으로의 길을 열어주는 역할
지금 류지현 선생님은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중학생과는 진로와 연결하는 교육도 진행한다. 다양한 직업을 함께 알아보는 것은 물론 인사하기, 옷 매무새 단정하게 하기, 위생 철처히 하기 등 자기를 관리하는 법도 가르친다.
만일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고자 한다면 부모와 상의해 입시 준비를 돕는다. 류지현 선생님이 가르친 학생 중에는 요즘 신나는 캠퍼스 생활을 즐기는 제자도 있다. 매번 사진을 보내오는 것이 기쁘지만, 마음 한편에는 미안함도 남는다.
“장애 학생들도 비장애 학생들처럼 진학이나 취업 등 다양한 진로를 고민하게 됩니다. 다만 개인의 특성과 지원 환경에 따라 선택의 폭이 달라지는 현실도 존재합니다. 학교 교육과정이 끝난 이후에는 적절한 연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경기도의 장애인 평생교육이용권 사업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배움의 기회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학생들이 세계와 관계 맺을 힘을 주는 교육
류지현 선생님은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육아와 교육의 공통점에 대해 그는 ‘보람’이라 말한다. 아이들을 해석하고, 의미를 찾으며,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아이와 자신의 성장을 바라보는 보람. 다만 육아에는 조건이 붙지 않는 반면, 교육에는 매 순간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더 큰 힘을 쏟는다. 학생의 어느 한 시기를 만나게 되는 만큼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세상과 관계를 맺는 힘이 생기길 바란다는 류지현 선생님. 지금은 ‘느린 세계’를 지나고 있지만, 언젠가 ‘느려도 되는 세계’가 오길 꿈꾸며, 그 세계를 향해 함께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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