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교육에서 탈피해야 하는 AI 시대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알려진 조벽 교수는 최근 ‘재미난 일’을 했다고 한다. 베트남 교육부와 수리남 정부에서 그를 부른 것. 그곳에서 그는 AI 시대에 어떤 교육을 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강연을 했다. 거기서 느꼈다. 두 나라가 지금 굉장히 절실하다는 것을. 그러자 한국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과연, 한국은 절실한가.
“한국은 항상 절실함을 갖고 성장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절실함은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는 방향이 아니죠. 예전의 성공 방식을 답습하면서 더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로 경쟁해서 올라가는 건 옛 사고방식이에요. AI 시대에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고해야 해요. 이 시대는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그리고 정보화로 나아가는 변화를 넘어서는, 훨씬 더 큰 점프이기 때문이죠.”
인간 고유의 능력, 지혜를 키워야 할 때
우리 성공 방식의 한 축은 ‘교육’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성공 전략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조벽 교수의 말이다.
“지금은 말 그대로 ‘공부하는 기계’를 만들고 있어요. 정답을 골라내는 ‘정답 중독’에 빠져 있고, 변별력을 위해 등급을 나누죠. 그런데 AI는 우리가 초중고 12년 동안 배운 걸 뚝딱해요. 암기와 분석까지 더 탁월하죠. AI와 비교하면 우리는 1, 2, 3등급이 아닌 9.1등급, 9.2등급, 9.3등급인 거예요.”
이제는 인간과 AI의 변별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AI와 비교했을 때 인간만의 차별화되는 능력은 무얼까.
“사람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인간 고유의 능력, 바로 ‘지혜’예요. 지혜 기반을 갖기 위해서는 ‘암묵지(暗默知)’, 즉 내 안에 있는 것을 발견해야 합니다. 지식 기반을 위한 공부는 형식지(形式知)로 책을 통해서 하지만, 이는 AI가 더 잘하는 영역이죠. 물론 지금까지의 교육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AI 시대에 맞도록 교육의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 고유의 학습법, 질문을 통해 발견하는 나
‘내 안에 있는 것’을 어떻게 발견할까? 벌써부터 아리송하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꿈 깨!”라는 소리를 들어 왔기 때문이다. “꿈은 내면 세상의 부름이에요. 나 자신이 무언가에 이끌리는 것은 자신의 미래에 이끌리는 거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자신을 아는 것이 모든 지혜의 시작’이라고.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은 자기 자신이 아닌 것, 즉 지식은 방대하게 알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모른다. 이제 정해진 답을 찾는 데 매달려서는 안 된다.
“돌아보면 누가 가장 많은 질문을 하나요? 아이들이에요. ‘질문’이란 인간 고유의 학습 방법이죠. 이것이 ‘메타 러닝’이에요. 질문은 자발적으로 알고 싶어서 나오는 것인데, 결국 많아지면 야단을 맞죠. 지금껏 ‘딥 러닝’을 추구했기 때문이에요. AI가 더 잘하는 그 딥 러닝 말이에요.”
미래 리터러시의 바탕이 되는 인성
지혜는 통찰력, 직관, 직감, 영감 등을 말한다. 자신을 아는 능력, 자기를 조율하고 타인과 조율하는 능력이다. 공동체 속에서 나 자신이 쓰임새 있게 살아가는 능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성 교육이 필요해요. 흔히 ‘실력이 없으면 인성이라도 좋아야지’라는 말을 하잖아요. 여기에는 두 가지 속뜻이 있어요. 실력과 인성은 다른 것, 그리고 인성은 실력이 없을 때나 필요한 것. 그러니 누구나 실력부터 갖추려고 하죠. 하지만 인성도 노력으로 갖추는 역량입니다. 열심히 노력할수록 더 훌륭한 인성이 쌓여요. 인성은 ‘인간성’이고, AI와 구분되는 ‘인간 고유의 역량’인 거죠.”
AI 시대, 이제 인간 고유의 능력이 더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유네스코에서는 이를 ‘미래 리터러시’라고 말한다. 미래를 창조해 내는 능력. 여기에는 공감력, 소통력, 협업 능력, 윤리관 등이 포함되며 ‘인성’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른다. 변화는 시작됐다. 그러니 새롭게 깨고 도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