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 교병원 이나미 교수 1인가구 시대,
외로움 방지가 관건

이미 10년 전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이나미 교수는 자신의 저서 <다음 인간>에서 지금처럼
결혼 비율은 줄어들고 1인가구가 늘어날 것이며, 기계문명의 진보로 소외 문제가 대두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오랫동안 사람의 마음을 다뤄온 이나미 교수가 1인가구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법을 알려줬다.

글. 이선민 사진. 전재호

최근 1인가구의 비율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경기도만 해도 136만 명이나 된다. 4인 가족이 기준이던 시절과 완전히 다르다. 경기도는 이런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1인가구 지원 정책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1인가구 지원 정책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이나미 교수는 제일 먼저 동호회 활동의 활성화를 들었다.
“대가족의 일원이라고 해서 외로움을 안 느끼는 것은 아니에요. 1인가구로 사는 것이 더 행복한 사람도 많거든요. 그런데 몸이 아프거나 사고를 당했을 때처럼 어려움에 처할 때 달려와줄 사람이 없으면 외로움이 커지는 거예요. 그래서 1인가구라 하더라도 제2의 가족, 제3의 가족을 만들어야 해요. 가장 좋은 방법은 동호회처럼 누군가를 만날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동호회처럼 정기적인 모임은 이를 통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나오던 회원이 안 나오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서로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만남을 지속하다 보면 그들이 새로운 가족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꼭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가족을 만들어가는 것이 1인가구 사회 안전망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1인가구라 하더라도 제2의 가족,
제3의 가족을 만들어야 해요.
가장 좋은 방법은 동호회처럼
누군가를 만날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1인가구 증가는 필연, 환경 변화 뒤따라야

이 교수는 1인 가구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지자체나 정부에서 1인 가구가 많은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대책을 충분히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도시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도시를 조성하거나 아파트를 지을 때도 1인 가구가 모일 수 있는 공유 부엌 같은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등 사회적 공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혼자 사는 사람이 자동차를 타지 않아도 되도록 대중교통의 편의성을 높이고 자전거도로 같은 시설을 확충하면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1인 가구에서는 배달 음식이나 편의점 음식을 많이 먹는데, 모두 일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점도 지적했다. 경기도처럼 다회용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데에서 나아가 의무화 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외식하는 대신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습관도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스스로 건강 을 챙기는 방법이 된다.
“지금 젊은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중장년층보다 더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리면 어릴수록 기대수명이 짧아질 거예요. 자극적인 음식이나 단 음식, 일회용기 사용에 따른 미세 플라스틱 다량 섭취 등 건강에 해로운 환경이 일상화되고 있거든요. 특히 1인 가구는 플라스틱 물병에 든 생수를 많이 마시는데 이는 몸에 해로운 미세 플라스틱을 들이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몸과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1인 가구라고 해서 삶의 방식이 달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대인이 살아가는 방식이 좀 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직장을 다니는 분들은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좋아요.
1인가 구원은 대부분 좁은 집에서 지내기 때문에
집 밖에 나의 공간을 많이 만들어야 해요.
책방이나 화실처럼 내가 즐겨 찾는 공간을 만드세요.


자신을 관찰하고 아끼는 마음 가져야 “사람이 언제 가장 행복한지 아세요? 다른 사람을 도울 때예요. 삶의 의미는 조건 없이 사랑을 베풀 때 가장 크게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었을 때 가장 크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분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에요. 부자이거나 나보다 무언가 더 가진 사람은 내가 베풀어도 고마워하지 않아요. 장애인이나 독거노인처럼 내가 봉사할 기회가 많은 사람들을 돕다 보면 행복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봉사 단체에 소속돼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봉사하면 그곳에서 자주 보게 되는 사람들이 또 다른 가족이 될 가능성도 크다. 이나미 교수는 1인가구원이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 무언가를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베풀 대상을 찾고 거기에 맞는 커뮤니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누군가를 돌보고 책임을 느끼는 것이 1인가구로 사는 이들의 외로 움 을 더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한다.
“직장을 다니는 분들은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좋아요. 퇴근 후 헬스장에 가거나 도자기를 굽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취미 생활을 하다가 집에 가는 습관을 들이는 거죠. 1인 가구원 은 대부분 좁은 집에서 지내기 때문에 집 밖에 나의 공간을 많이 만들어야 해요. 책방이나 화실처럼 내가 즐겨 찾는 공간을 만드세요.”

이 교수는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는 자신을 잘 관찰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가족은 가족 구성원끼리 누군가의 변화를 알아채고 상황이 나빠지지 않도록 서로 도울 수 있지만 혼자 살면 스스로 챙겨야 한다.
그래서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왜 기분이 좋은지, 왜 피곤한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현재 상태에 이른 원인을 잘 살펴서 대응해야 심신이 건강할 수 있다. 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밥 먹고, 잠을 자는 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규칙이 깨지면 건강도 금세 망가지기 때문이다.
“자신을 아끼는 사람은 먹는 것도 달라요. 대충 한 끼 때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건강식을 요리해 정성껏 먹겠죠. 또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기 위해 청소도 자주 하게 됩니다. 특히 청소는 어릴 때부터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해요.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집이 어질러진 상태로 지내지 않아요. 자기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과소비를 하지 않거든요.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재산도 철저하게 관리하죠. 내 아이를 부자로 키우고 싶다면 청소부터 시켜야 합니다. 서장훈이 왜 잘 살겠어요? 그 사람은 깔끔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만큼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이에요.”
끝으로 이 교수는 경기도부터 생활체육 활성화에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축구, 배드민턴, 야구 등 서로 힘을 모아야 하는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 개인화의 심화를 막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1인 가구일 수록 커뮤니티가 중요하다는 이 교수의 말을 들으며 경기도가 1인 가구 동아리 지원에 적극 나서는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이나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뉴욕에서 수련한 융분석가(현대 심리 치료법 중 하나인 정신분석적 치료의 기반)이다. 정신의학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종교심리학 석사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와 시스템의학과에서 진료와 강의를 하고 있다.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그림책의 마음>, <성경으로 배우는 심리학>, <슬픔이 멈추는 시간>, <괜찮아 열일곱 살>, <당신은 나의 상처이며 자 존심> 등 20여 권의 책을 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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