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하고 아릿한 근대를 산책하다

우리에게 근대란 일제강점기의 폭압과 수탈로 상징되는
돌이키고 싶지 않은 아픔이다. 하지만 아픈 것도, 어두운 것도 역사인 것을.
3월을 맞아 파란만장한 영욕의 역사가 배어있는
근대문화유산을 찾아가본다.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경기관광공사

짜다 못해 씁쓸한 일제 수탈의 흔적 일제가 소금을 수탈하기 위해 1910년대부터 서해를 중심으로 염전을 개발했는데,
소래염전은 여의도의 2배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소금 생산량도 많았다.
그러나 도시가 개발되면서 1996년까지 소금을 생산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은 시흥시 갯골생태 공원에 남아 있는 소금창고로 과거 흔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소금창고 중 가장 오래되었고, 1910년대 이후 염전의 체제를 파악할 수 있는
역사적 가치를 지녀 경기도 등록문화재 제13호로 선정됐다.
소래염전 소금창고
경기도 시흥시 장곡동, 031-488-6900

로마네스크풍 벽돌조와 한옥의 조화 우리나라에서 성당 건축이 시작된 것은 개화기부터다.
서울 등 대도시에는 고딕 양식의 벽돌 성당이 들어섰고,
지방에서는 한국 전통 목조 건축양식인 한옥 성당이
주를 이뤘다. 안토니오 콩베르 신부가 1922년에 건축한
구포동성당은 이 두 가지를 절충해 건물 전면과 종탑은
로마네스크풍 벽돌조를, 구조와 외관은 목조 건축양식을
택했다. 현재 몇 개 남지 않은 한옥 성당 중 하나로,
경기도 기념물 제82호로 지정되었다.
안성 구포동성당
경기도 안성시 혜산로 33, 031-672-0701







박해에도 굽히지 않았던 믿음 수원은 “무당 짓을 하더라도 천주학쟁이만은 되지 마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극심했던 곳이다.
순교자들의 형이 집행된 토포청(중영)과 심문을 하던 이아(화청관)가
있던 자리에 세운 북수동성당은 수원성지로 거듭났다.
교육을 위해 지은 소화학술강습회(현 소화초등학교,
등록문화재 제697호)는 제4대 주임 신부인 ‘뽈리 신부’를
기념해 뽈리화랑으로 활용하고 있다.
천주교 수원성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42, 031-246-8844





자주독립을 위한 그날의 함성 1919년 3·1운동 당시 제암리 일대는
사람과 가옥, 가축, 의류, 곡식 등이 타는 냄새와 연기가
약 10km 밖까지 퍼져나갔다고 전한다. 4월 5일에 일어난
만세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제암리교회에 대한 일제의 극악한
보복 때문이었다. 교회에 불을 지르고 무차별 총격을 가해
스물세 명이 목숨을 잃었고 가옥 30여 채가 불탔다.
제암리 3·1운동 순국유적지에는 순국기념탑, 순국기념관, 3·1정신교육관,
23인의 순국묘지 등이 있으며, 경기지역 최대규모
독립운동기념관·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제암리 3·1운동 순국유적지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암길 50, 031-366-1663

기차 대신 자전거 타고 달리는 철교 1939년에 개통한 경춘선에 놓인 철교로, 원래 이름은 양수철교다.
난간부를 철제로 마감한, 당시로는 획기적 디자인이었다. 이후 2008년 운길산역과 양수역을 잇는
새로운 철교가 놓이면서 양수철교라는 이름을 내주고 북한강철교라 불리고 있다.
지금은 녹슨 레일을 걷어내고 나무판을 깔아 열차 대신 사람과 자전거가 지나다닌다.
북한강철교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366-20

장작불로 도자의 혼을 담다 도자는 경기도 장인 정신의 상징이다.
경기도 곳곳에는 지금도 전통 가마가 타오르며 도예가의 가슴을 달구고 있다.
등록문화재 제657호로 지정된 이천 수광리 오름가마는 1949년에 일본 아리타·미노 지역의 가마 양식을 도입해
만든 근대식 전통 가마로, 12칸의 가마가 언덕을 따라 오르는 모양새라 얼핏 토성 같기도 하다.
이천 수광리 오름가마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경충대로 3234, 031-632-4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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