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일상이 아름다운 최성우 목공예 작가

자동차 회사 엔지니어가 목공예 작가가 되어 파주에 자리 잡았다.
그에게 기회란 무엇일까?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전세피해지원센터

시스템 안에서 효율적으로 살다가 자신만의 공간에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 천천히 나무를 깎는 목공예 작가 최성우 씨 이야기다.
“공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10년 넘게 근무했어요. 일도 삶도 버겁던 어느 날 우연히 프랑스 퐁피두 센터에서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흰 바탕에 검은 사각형’을 보았는데, 알 수 없는 전율이 흐르더군요.”
예술과는 거리가 먼 인생이라 생각했고 관심조차 없었는데, 이 전율은 뭘까? 계속 고민하다 변화경영 전문가 구본형 소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꿈을 발견했다. 목공예였다. 그림과 디자인 경험이 전무했기에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디자인과 목재 다루는 법을 배웠고, 퇴근한 뒤에는 뭔가에 홀린 듯 지하실 공방에서 새벽까지 나무를 깎고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수북한 톱밥과 함께 시간을 쌓은 후 ‘일상의 도구점’이라는 공방을 열었다.
“일상의 도구점 콘셉트는 ‘매일이 만드는 아름다움’입니다. 누군가 ‘매일 쓰는 물건이 아름다워야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라고 하더군요. 턱이 불편한 분을 위한 숟가락, 젓가락질이 서툰 분을 위한 젓가락 등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유니크한 디자인을 하면서 창작의 즐거움도 알게 되었습니다.”
최 작가는 “목공예는 느리고 고되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치를 새겨 넣은 시간들”이라며 “누군가의 필요와 쓰임이 작가에게는 예술적 성취감으로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전세피해지원센터2

제게 기회는 사람입니다
영감을 좌우하는 만큼 예술가에게 작업 환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 작가도 그랬다.
서울 먹골역 근처 지하 공방에서 작업을 하다 파주로 이사 왔는데,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가 확실하게 보이고, 더 민감하게 다가왔다. 작업도 좋은 목재로 잘 깎아 만들다가 자연물이 본래 지닌 형태를 최대한 온전히 유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사방에 버려진 나무를 보면서 쓸모없는 것의 또 다른 쓸모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작업은 지난해 연말에 개최한 전시 로 귀결되었다.
“<Sugar in the Air>는 1937년에 발표된 공상과학소설로, 이 책의 주인공이 공기에서 설탕을 만들어내듯 이제까지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재료에서 또 다른 일상의 도구가 만들어지길 기대하며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반응이 좋아 2월 7일~25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2024 뉴트로 페스티벌>에 일부를 다시 선보일 예정이에요.”
최성우 작가는 이 전시를 계기로 공예에서 순수예술로 작업 영역을 확장했다.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협업을 해보고 싶어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청년 작가인 신나무·박주영 씨와 함께 영상과 텍스트를 곁들인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전혀 다른 분야로 과감하게 전업한 최성우 작가에게 기회란 무엇일까? 그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늘 사람을 통해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고 반갑다. 정갈하고 따뜻한 그의 작품에서 그 마음이 오롯이 엿보인다. 기물에 따라 사용하는 나무의 종류가 다른데, 최 작가는 주로 박달나무를 쓴다. 워낙 단단해 깎기가 쉽지 않지만, 제대로 만들어놓으면 오래도록 유용하기 때문이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겉은 소탈하지만 내면은 단단한 최성우 작가와 박달나무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info 최성우 작가는… 독보적 커틀러리로 주목받고 있는 목공예 작가. ‘기술에 머물지 않고 모순을 넘어 좀 더 아름다워질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작품을 통해 ‘매일의 아름다움’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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