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성의 역사,

그 속에서 정체성을 찾다

조선 후기

조선 후기, 경기도의 찬란한 여성 학자들

조선 후기, 경기도의 찬란한 여성 학자들

조선 시대의 경기 여성은 신사임당으로 대표된다. 여성은 공적인 영역에 진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임당은 가정 내에서 아내와 어머니, 딸과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림과 글씨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었다.

신사임당 표준영정 ⓒ 전통문화포털

조선 후기 농업 생산력의 발전과 함께 상업과 수공업이 크게 발전하였다. 광주와 안성, 교하 등은 장시가 크게 발전한 지역이었으며, 정조는 수원 화성에 신도시를 조성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제적 발전과 함께 경기도는 학문적으로도 크게 발전하여 기호학파 성리학과 실학 등의 연구가 활발하였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여성 학자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신사임당 표준영정 ⓒ 전통문화포털

일제강점기

경기도의 근대 여성들, 독립운동을 펼치다

그러나 이러한 조선 후기의 찬란한 성과는 19세기 말 제국주의 열강이 침략하면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나라는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경기도에서는 국권 회복을 위한 의병과 애국계몽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다. 수원, 남양, 광주, 양주, 고양 등 상업 도시나 행정중심지에 사립 여학교들이 설립되었다.

1920년대 삼일여학교 전경 ⓒ 공훈전자사료관
  • 1902년 선교사 부부가 설립한 수원의 삼일여학당
  • 대표적인 근대 교육기관으로 화가 나혜석, 독립운동가 차인재, 임순남, 최문순 등을 배출했다.
  • 1907년에는 국채보상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고, 경기도 여성들도 남양부인의성회, 안성 국채보상부인회, 김포검단면국채보상의무소 등의 단체를 통해 국권회복운동에 동참했다.
  • ⓒ 국립중앙도서관
  • ⓒ 국립중앙도서관
  • 1910년 한일합방이 되자 경기도 여성들은 독립운동에 돌입했다. 1919년 삼일운동 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만세 시위 횟수와 참여 인원을 기록한 것도 경기도였다. 이살눔(김포), 임명애(파주), 김향화(수원), 신형숙(가평), 이선경(수원) 등이 만세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렀다. 이후에도 경기도 여성들은 국내에서 비밀결사(최문순)나 근우회운동(이현경), 교육운동(차미리사), 농촌계몽운동(최용신) 등 민족의 독립과 실력양성에 동참하였다. 또한 조소앙 가족과 연미당처럼 중국으로 가 임시정부 및 한국독립당에서 활동하거나 오희영 자매처럼 광복군으로 활약하였다. 또 차인재 및 신마실라 자매처럼 멀리 미국에 이주해 독립운동을 계속하기도 하였다.

  • 한편 1920년대에는 여학교에서 교육받은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신여성’이라는 그룹을 형성하게 되는데, 자유연애와 구습타파를 부르짖는 이들과 봉건적인 여성관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나혜석은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서 독립운동에도 참여하고, 여성해방에도 적극적이었으나 당시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 '신여성' 표지.
  • 1923년 개벽사에서 내던 여성지 '부인'을 종간하고 다시 발행한 여성잡지.
ⓒ 한국학중앙연구원
  • '신여성' 표지.
  • 1923년 개벽사에서 내던 여성지 '부인'을 종간하고 다시 발행한 여성잡지.

해방 이후

시대의 아픔을 이겨내고자 했던 경기도의 여성들

시대의 아픔을 이겨내고자 했던 경기도의 여성들

  • 1945년 해방이 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터지고, 수많은 사상자와 전쟁고아, 미망인이 발생했다. 경기도 여성들은 전쟁 중에는 남성들을 대신하여 각종 산업 부문에서 일을 했으며, 전쟁 뒤에는 사망, 행방불명, 부상 등으로 경제 능력을 잃은 남편을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또한 수많은 전쟁고아와 남편 잃은 부인들에 대한 구호와 보호, 선도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 1960년~1970년대에는 경제개발계획의 수립 및 공업화의 전개로 경기도는 가장 중요한 산업지역이 되었다. 섬유와 의복, 가발, 전자 등의 경공업은 많은 여성들을 공장으로 불러들였다. 이들은 국가와 산업 발전의 숨은 공로자였으나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근로조건은 노동쟁의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 ⓒ 경동원
    • 경동원
    • 경기도 아이들의 대모로 불리는 정의순 명예 이사장은 6.25전쟁으로 발생한 전쟁고아를 자택에서 보호하기 시작하여, 1952년 11월 8일 <경동원>을 설립하였다.
    • 직물공장의 여공, 1968년
    ⓒ 경기도 멀티미디어
    • 직물공장의 여공, 1968년

1980년 이후

경기 여성, 어제를 지나 오늘을 살아가다

경기 여성, 어제를 지나 오늘을 살아가다

  • 1980년대가 되면서 경제 발전과 여성 고등교육의 확대 등에 힘입어 사무직 여성들이 크게 증가하며,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이후 5차례에 걸쳐 개정되어 고용에서의 남녀차별을 제거하는 데 기여하였다. 또한 중산층 주부들도 늘어났는데, 이들은 KBS 시청료 거부, 공해 추방, 소비자 운동 등 시민운동을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 1990년대 이후에는 여성단체와 운동이 더욱 다양해졌으며, 여성의 문화운동과 지역의 생활 운동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는 여성의 권익향상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설립된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에 (사)소비자교육중앙회 경기도지부, (사)경기도간호사회 등 13개 도 단체, 수원시지회, 가평군지회 등 30개 시군지회가 소속되어 있다.
  • 또한 경기도 여성운동단체 간의 협력과 조직적 교류를 도모하고 성평등, 여성복지, 민주, 통일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경기여성단체연합과 수원여성회, 한국여성노동자회 안산·부천·수원지부, 한국여성민우회 고양·파주·군포지부, 한국여성의 전화 광명·성남·수원·안양·부천·김포지회 등이 있다. 가정폭력 방지에서 여성의 권익 신장을 목표로 발족한 경기여성연대는 유일한 광역단위 자생단체이다. 마지막으로 경기지역 진보적 여성단체들의 연대인 경기자주여성연대가 있다.
  • 이처럼 경기도 여성들은 역사 속에서 늘 남녀차이를 극복하고 양성평등의 사회를 목표로 활동해 왔다. 또한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살아왔다. 이것이 바로 경기 여성의 정체성이자 DNA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