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근로자 표창을 받았을 만큼 성실하게 살았던 심재식은, 일과
사람에 지쳐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로 가서 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정선, 태백 등 외진 곳의 땅을 알아보러
다니기도 하고, 고향인 용인이나 청주에서 집을 계약하기 위해
이리저리 발품을 팔기도 했다. 그러다 여주 금사면 주록리의
빈터를 발견하게 되었다. ‘노루목향기’의 집이 지어진 바로
그곳이다.
“(이혜옥과) 티베트 여행을 갔는데, 티베트 여행은 4명이 차를
타고 이동했던 때라. 그중 한 명이 여주에 사는 분이었어요.
그분이 집에 한번 놀러오라고 해서 왔는데, 자기한테 빈터가
있으니까 살 사람 있으면 사라고 한 거야. 원래 청주에서 집
계약을 하려다가 못 했는데 여기 와서 계약을 한 거지.”
심재식은 건축 허가가 나오면 빈터에 혼자 살 집을 지을
생각이었다. 그가 주소지를 옮기고 건축 허가를 기다리는 동안,
서울에서 지내던 이혜옥은 함께 살던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혜옥은 심재식에게 같이 집을 짓자고 말했고, 어떤 집을
지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전원주택을 찾았다.
이혜옥은 그 주택의 설계자에게 연락을 취했고 납작한 지붕과
널찍한 마당, 아일랜드식 주방과 화장실 딸린 별채를 가진
‘노루목향기’ 집이 탄생했다.’
“교보문고에 가서 가장 최근에 나온 전원주택 책을 봤어. 거기에
야트막한 슬라브집이 하나 있더라고. 설계자 연락처가 적혀 있길래
전화해서 이걸 지으신 분이냐고 하니까 맞대. 그분한테 설계를
맡기고 싶어서 우리가 필요한 공간은 이런 거고, 뾰족집은 싫고,
주방에서는 밖을 보고 요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와서
쉴 수 있는 별채를 만들어 달라. 이렇게 얘기해서 이 집을 짓게 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