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은 직장과 문화생활, 쇼핑, 여가생활 등을 서울에 의존하지
않고 자족하는 도시를 설계하기 위해 고심하기도 했다. 부족한
부분이 보완되며, 고민한 부분들이 도시 설계에 반영되어
현실화되어 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어 그는 앞으로의
신도시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앞으로 지어질 신도시는 미래 사회를 위한 디지털 기반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 100년 전에 마련한 모델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새롭게 판을 짜야 하는 겁니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여성, 아동, 청소년,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갖추어야 합니다. 신체 건장한 성인 남성 위주의 계획 개념을
완전히 바꾸는 작업이지요. 예를 들면 가로의 스케일은 어떤지, 또
보행로의 스케일은 어떤지, 또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은지, 어떤
시설은 규모가 얼마나 돼야 그분들을 위한 시설 규모가 되는지.
무조건 크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퇴임 3년차, 김혜정은 코로나 사태를 마주하며 새로운 공간과
건축을 상상하게 되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밀도가 낮은 도시 외곽으로 주거지를 옮겨가는 새로운 경향이
떠오르고 있는 서구와는 달리, 여전히 고밀도의 도시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의 경향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오직 여성들이 도시를
계획하고 설계하고 공공 건축물을 만드는 세계 최초의 도시가
우리나라에 만들어진다면 하는 상상 또한 멈추지 않는다.
“여성들이 도시 계획을 하고 중요한 공공 건축을 설계한, 세계에서
최초의 도시가 하나만 만들어지면 어떨까. 제가 이런 걸
상상합니다. 앞으로의 신도시가 그런 쪽으로 가게 되면 도시 주거
타입은 다양한 주거로 제안이 돼야 하고, 급하게 주거 문제만을
해결하는 도시가 되면 안 되는 거죠. 도시는 한 번 지어지면
100년, 200년, 몇 백 년이 가는 그런 시설이기 때문에 너무 급하게
주거 공급 위주로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